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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인턴, 경험과 열정의 조화가 필요한 현대의 직장인
    카테고리 없음 2016. 7. 1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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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턴

    12세 관람가, 2015년 작품

    드라마

    감독 : 낸시 마이어스

    출연 :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니로


    즐거움 4

    슬픔 3

    잔인함 0

    야함 1

    박진감 2

    화려함 3

    [출처:네이버영화]



    인턴에 대한 역발상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인턴’이란 단어에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특별한 임무 없이 이 곳 저 곳, 이 사람 저 사람의 부름에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애매한 신분으로 계약기간 후 자신의 취직도 결정된 것이 아니므로 몸도, 마음도 힘든 회사 내 최약자이다. 더구나 요즘 같이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인턴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 모두를 우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하지만 영화 [인턴]에서의 인턴은 전혀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물론 정해진 업무 없이 여기저기 필요한 곳에 불려 다니는 것은 똑같지만 40년의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노련한 인턴인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를 신입 인턴으로 설정하여 서투르고 무시 받는 존재가 아닌 정신적 지주이자 지혜로운 해결사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로버트 드 니로가 상사같지만 말단 인턴이다. 출처:네이버영화]


    이 영화에서 인턴의 월급이나 추가 계약, 업무의 강도, 인턴에 대한 불합리한 처사 같은 내용은 자세히 다뤄지지 않는다. 인턴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고발하는 다큐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다. 감독은 영리하게 ‘인턴’이라는 설정을 이용하여, 나이가 많고 지혜로운 사람에게서 인생에 대한 조언을 듣는 과정을 거부감이 들지 않게 만들었다. 만약 벤이 신입 인턴이 아니고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의 상사로 입사하여 그녀의 인생에 대해 바른 말을 해주었다면 그저 꼰대가 아랫사람에게 하는 잔소리로만 들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보다 예전 남자가 더 쿨하다고?

    펍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줄스는 요즘 남자들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요즘에는 남자다운 남자가 없어. 차라리 예전 남자들이 더 쿨해. 멋진 수트를 입고 다니는 벤같은 남자.....”

    복장이 자유로운 직장에서 벤은 오직 잘 다려진 셔츠와 수트를 고수한다. 아마 40년 직장 생활동안 입고 다닌 옷이라 자신의 제 2의 피부 같을 것이다. 또한 항상 품속에는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이에 반면 같은 회사의 젊은 남자들은 셔츠를 꺼내어 입고, 자유분방한 헤어 스타일에 면도도 하지 않아 수염도 긴 상태이다. 물론 손수건도 없다. 더 자유롭고 쿨 한척 해보이지만 오히려 격식을 갖춰 단정하게 차려입은 벤이 더 쿨(멋져)해 보이는 것이다.


    [수트가 정말 잘어울리는 벤, 출처:네이버영화]


    이와 같은 세태를 노래하는 문정희 시인의 [다시 남자를 위하여]라는 시가 있다.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 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를........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 뿐

    눈에 띌까,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 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어렵지.


    여권 운동가들이 저지른 일 중에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세상에서

    멋진 잡놈들을 추방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핑계대기 쉬운 말로 산업사회 탓인가.

    그들의 빛나는 이빨을 뽑아 내고

    그들의 거친 머리칼을 솎아 내고

    그들의 발에 제지의 쇠고리를

    채워버린 것은 누구일까.


    그건 너무 슬픈 일이야

    여자들은 누구나 마음 속 깊이

    야성의 사나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걸.

    갈증처럼 바람둥이에 휘말려

    한평생을 던져버리고 싶은 걸.


    안토니우스 시저 그리고

    안록산에게 무너진 현종을 봐

    그뿐인가,나폴레옹 너는 뭐며 심지어

    돈주앙.변학도.그 끝없는 식욕을

    여자들이 얼마나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런데 어찌된 일이야.요새는

    비겁하게 치마 속으로 손을 들이미는

    때묻고 약아빠진 졸개들은 많은데


    불꽃을 찾아 온 사막을 헤매이며

    검은 눈썹을 태우는

    진짜 멋지고 당당한 잡놈은

    멸종 위기네.“


    썸을 타던 여자가 화를 내고 거리를 두자 문자와 트윗, 이메일로만 사과를 하는 회사 동료에게 벤은 직접 가서 말을 하는 것이 해결방법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여자가 울 때 자신의 손수건을 살며시 건네는 것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조언해준다. 실제로 요즘은 관계의 시작과 끝이 스마트폰을 통해 대부분 이루어진다. 사랑에 대한 대화도, 싸움도 모두 스마트폰 안에서 이루어진다. 사랑하는 이와 두 눈을 바라보며 진솔하게 얘기할 기회도, 손수건처럼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듯 아무렇게나 차려입은 옷차림 보다는, 수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몸가짐을 바르게 할 수 있는 단정된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뒤에 숨어서 문자나 SNS를 통해 말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녀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말할 줄 아는 당당함, 그리고 지금 세대에게는 생소한 손수건을 준비해 다니는 남자가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독은 줄스의 대사를 통해 토로하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이 필요한 시기

    감독이 의미하는 ‘예전 남자’는 비단 옷차림이나 태도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이 부닥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이다. 단순히 나이가 많아지는 것이 사람을 지혜롭게 만들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서 나이가 많다는 것은 그 시간동안 그렇지 않은 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벤은 그저 나이 많은 꼰대 아저씨가 아니라 회사 동료들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고 조언해 줄 수 있는 탈무드의 랍비 같은 존재인 것이다.

    사무화 기기는 점점 첨단화 되어 우리의 생활을 좀 더 여유롭고 평화롭게 만들 것 같았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로, 가속화되는 업무 속도에 치여 결국 잦은 야근과 퇴근 후 업무로 우리의 삶은 점점 각박하고 황폐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거나 미래를 예측할 여유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살게 되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깊은 사고 없이 그저 닥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줄스와 줄스의 회사원들은 이런 현대인들을 대표하고 있다. 하루 14시간 이상, 잠도 못자며 일을 하지만 항상 바쁘고 일은 끝이 안 보인다. 가족, 친구, 연인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며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어버리게 된다. 같이 일하는 동료의 이름도, 안부도 중요하지 않게 되며 숙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그저 빠른 일처리를 위해서만 행동한다.


    [하루 종일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 출처:네이버영화]


    반면 벤은 이런 사람들과 반대되는 ‘예전 사람’으로 1970년대의 골동품 같은 서류가방을 들고 다니며 그 안에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대신 만년필과 다이어리가 들어 있다.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동료들의 걱정거리나 어려운 일을 도와준다. 자신에게 지금 당장 할당된 업무가 없더라도 자신이 속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솔선수범하여 처리한다. 영화라 좀 더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확실히 요즘 직장인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영화는 줄스와 벤, 젊은 현대인들과 은퇴한 노인, 최신 애플 컴퓨터와 종이 다이어리의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줄스와 같은 현대인이 겉으로 보기에는 더 좋아 보이지만 결국 줄스는 당면한 문제들을 벤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간다. 이처럼 감독은 현대화 되어 신속화 된 현재의 직장에 벤처럼, 단순히 지식이 많은 자가 아닌 지혜로운 자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컴퓨터나 네이버 지식인이 아닌 연륜자의 살아있는 경험을...


    [현대의 직장인, 줄스, 출처:네이버영화]


    인턴의 의미

    [인턴]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지혜로운 자, 경험이 많은 연륜자, 예전 사람으로 대표되는 벤에게 현대 직장인들을 대표하는 줄스와 그녀의 직원들이 직장생활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생에 대한 조언을 듣는 것이다. 감독은 가장 고령자에게 역으로 가장 낮은 지위의 인턴을 설정함으로써 자칫 잔소리로 들릴 수 있는 주옥같은 조언들을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CEO 가 어울릴만한 70대 고령자에게 신입 인턴이라는 명함을 달아준다는 것 자체가 참신한 발상으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 영화에서 인턴이라는 지위 자체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그저 설정일 뿐이다.


    인생의 멘토가 필요할 때

    직장 생활에 답이 안 보일 때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신사의 모습이 궁금하면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혼자 보아도

    즐거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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