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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비수사, 악역이 아쉬웠던 범죄영화카테고리 없음 2016. 7. 18. 11:25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극비수사
15세 관람가, 2015년 작품
스릴러/범죄
감독 : 곽경택
출연 : 김윤석, 유해진
즐거움 2
슬픔 2
잔인함 2
야함 0
박진감 2
화려함 1
[출처:네이버영화]
동료 경찰들이 더 악역 같은,
아쉬움이 남는 범죄영화, [극비수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보통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감동이 넘치는 드라마이거나 극악무도한 사건을 다룬 스릴러가 대부분이다. 극비수사는 이 중에서 소아 유괴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 기존 범죄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수사진이 경찰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주를 보는 도사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독은 1978년 정효주양 실종사건을 알아보던 중 실제 보도된 기사내용과는 달리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의 활약이 있었음을 알게 되어 이를 영화화 하였다고 한다. 이 당시는 어린이 유괴사건이 많이 일어나던 때로 사건의 피해자인 소녀는 1차 때 무사히 돌아왔음에도 2차로 또 유괴되는 악몽을 겪기도 하였다. 2차 유괴 때는 고 박정희 대통령까지 나서 발언을 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다행히 2번 모두 피해자가 무사히 돌아와, 유괴 사건 최초로 피해자의 무사귀환과 범인 검거가 이루어진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영화는 2번의 유괴사건 중에서 1차 발생 사건만을 다루고 있다. 1차 범죄의 유괴범은 피해자에게 인간적으로 대해준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유괴범은 주로 목소리로만 나오고 검거되는 장면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마저도 어리버리하고 한없이 순종적이다.
따라서 범인의 검거까지 쫙 당겨진 채 유지되는 고무줄같은 긴장감은 범인 검거와 동시에 툭 끊어져 버린다. '이런 결말을 보기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의 마지막이 너무 약하고 그 중심에는 인상깊지 않은 악역이 있었다. 물론 실제 사건에서 이런 유괴범이 범인이었던 것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영화자체로만 본다면, 사건의 사실적인 재현보다 실화에서 모티브만 얻고 재구성한 픽션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더욱 완벽하고 인상깊은 작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명품연기의 두 주연, 그 외에는 글쎄...
공길용 형사(김윤석)와 김중산 도산(유해진), 이 둘을 연기한 두명의 주연 배우의 연기는 의심의 여지없이 끝내주었다. 배역에 적합한 의상과 메이크업, 클로즈업 화면에서의 대사, 표정 처리 뿐만아니라 세수하고 운전하는 등의 일상적인 모습마저도 그 인물에 맞는 행동으로 연기하는 것을 보고 역시나 엄지 '척' 하였다. 기존의 영화에서 맡은 배역들과 겹치는 이미지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의 몰입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사진만으로도 느껴지는 포스, 출처:네이버영화]
반면 몰입도를 떨어지게 하는 조연들도 있어서 아쉬움을 느끼게 하였다. 우선 은주 고모역의 장영남이다. 은주 엄마는 아이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스트레스로 넋이 나간 듯한 초쵀한 모습의 메이크업과 의상이 자연스러웠지만 고모는 아무리 자기 딸이 아니라 해도 과한듯한 풀메이크업과 화려한 의상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하였다. 또한 억지스럽고 과장된 톤으로 내뱉는 사투리 역시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감독은 칭찬한 연기라고 하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출처:네이버영화]
유괴범으로 나오는 이준혁의 연기 또한 상대역인 두 주연에 비해 턱없이 약하게만 느껴졌다. 표정과 말투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하나도 없어 영화의 허무한 결말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연기로 지루함마저 느끼게 하였다.
투톱의 열연이 너무나 물이 올라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가 약해보일 수도 있으나 연기외적인 부분으로 극복이 가능한 부분마저도 신경쓰지 않은 점들이 결국 관객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유괴 범죄 영화의 목적은? 흥행? 사회고발?
이전에 개봉된 비슷한 영화들의 흥행성적을 보면 국내에서 유괴 범죄를 다룬 영화의 흥행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구리소년 사건을 다룬 [아이들] 186만, 이형호군 사건을 다룬 [그놈 목소리] 279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는 않은 [세븐데이즈] 212만으로 흥행에서 참패를 하지는 않았어도 큰 흥행을 거둔 작품들은 없었다.
이것으로 볼 때 이런 종류의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영화의 목적은 흥행보다도 사회고발적인 기능을 위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나 실화가 배경이 되는 경우 사건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제작의 첫번째 단계인 만큼 감독도 큰 결심없이는 제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 [아이들]의 이규만 감독은 영화 간담회에서 [아이들]이란 영화가 가지는 목적에 대해 "사회적 비극성 등 사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최대한 표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라고 밝혔다. [극비수사]의 곽경택 감독 역시 "사건은 여러 형사들의 힘으로 해결된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길용 형사, 김중산 도사, 두 사람을 만나 그 사건의 숨겨진 사연을 들으니 황당하고 신기하더라. 자신들의 얘기를 할 때 두 사람의 촉촉한 눈망울을 보고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진실은 감독의 머릿속을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지만 실화를 다룬 만큼 이런 영화들이 '카프카'의 소설처럼 우리 사회의 어둡고 부조리한 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믿고 싶다.
색이 없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범죄 영화지만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없다. 스릴러 영화지만 범인은 너무 쉽게 잡히며 선의 편에 비해 악역은 한없이 약하다. 오히려 같은 동료들이 더 악역처럼 느껴진다. 아이는 다시 돌아오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신경질만 내고 엄마는 울기만 하여 부모자식간의 사랑이 뭉클하게 다가 오지도 않는다. 영화는 그저 덤덤하게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만 보여주려고 하며 그것이 영화의 전부다.
따라서 영화의 색이 너무 옅어져 버려 왜 이영화를 봐야 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기 위한 이유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그것을 다 담지 못하는 영화가 못내 아쉬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