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영화 함정, 공포영화로서의 역할만 충분히 해낸 영화
    카테고리 없음 2016. 7. 7. 14:56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함정

    청소년 관람불가, 2015년 작품

    공포/스릴러

    감독 : 권형진

    출연 : 마동석, 조한선, 김민경, 지안


    즐거움 2

    슬픔 1

    잔인함 4

    야함 4

    박진감 2

    화려함 1

    [출처:네이버영화]


    어떤 장르로 생각하냐에 따라 엇갈리는 평가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외진 섬, 그곳에서 더욱 외진 산속의 음식점,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살인과 힘겨운 탈출이 끝이다. 범인은 이미 마동석임을 처음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범인을 추리해 나가거나 마지막에 반전이 존재하는 스릴러 영화와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단순히 공포감을 느끼기 위한 공포영화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면 평가가 나쁘지 않지만, 반전이나 스토리가 있는 스실러를 염두해두고 영화를 봤다면 실망을 할 수 밖에 없는 영화이다. 

    '살인의 추억' 처럼 범인이 누구이냐를 같이 풀어나가는 영화에서는 스토리의 연관성이나 중간 중간 던져지는 단서들이 중요할 수 있으나, '아메리칸 사이코', '추격자' 같은 공포 스릴러 영화는 스토리보다는 영화를 통해 공포라는 감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배우의 연기나 장치들이 더욱 중요하다. 이 영화를 그러한 공포영화로 생각하고 본다면, 마동석의 악역 연기는 영화 내내 공포와 긴장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며 중간 중간 나오는 잔인한 살인장면이나 징그러운 소품들은 음산하고 어두운 영화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적절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전개성 있는 스토리나,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는 영화라기 보다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말초적인 공포감과 긴장감을 경험하게 하는 영화이므로 추리, 스릴러보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적합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주연으로 우뚝 선 마동석

    주연은 아니지만 나오는 장면마다 인상 깊은 인물로 등장하는 씬스틸러 마동석, 손현주와 함께 최근 영화의 주연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강한 이미지로 케릭터의 한계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마동석이 아닌 다른 배우가 그 인물을 대체했다면 영화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을 수 도 있다. 그만큼 영화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내었다. 무심한 표정에서 비열하게 웃는 모습, 툭툭 내던지는 말투, 반쯤 뜨고있는 두 눈 만으로도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음침한 눈빛, 단 표정이 계속 저렇다는게 약점, 출처:네이버영화]


    이런 종류의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악자에게 당하는 약자보다는 악자가 얼마나 잔인하고 악한가가 중요하다. 비슷한 장르의 영화인 '실종' 에서 악역을 맡았던 문성근도 연기를 너무나 잘해서 한동안 살인마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처럼, 마동석의 악역도 인상이 강하기는 했지만 뭔가 '추격자'의 하정우,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 같은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지만 공포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연으로서는 모자람이 없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들

    영화의 예고편이나 홍보에 베드신에 대한 언급은 거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던 관객들이 베드신을 보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강도가 강한 장면들이 나온다. 모자이크가 처리되어 있지만 다리의 각도나 카메라의 앵글조절 없이 적나라한 노출 부위에 모자이크만 더한 것이기 때문에 포르노의 '유모'정도의 수위로 생각하면 된다. 몇분밖에 나오지 않는 장면임에도 가장 선정적이며 4명 인물들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부분이기 때문에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특히 여배우 지안의 대범한 노출과 요염한 몸놀림은 커플로 온 남성관객들에게 성적인 판타지와 동시에 여자친구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게 만든다 (해면체로 흘러들어가는 혈류의 흐름을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 


    [자, 이제 시작!, 출처:네이버영화]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배우들의 용기있는 노출로 만들어진 이러한 장면들이 꼭 필요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만약 서로 다른 파트너와의 육체적인 관계로 인해 다음으로 전개될 사건들에 영향을 미친다면 스토리 전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사씬을 강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준식(조한선)과 민희(지안)의 성관계 모습을 보고 난 후 소연(김민경)이 배신이나 복수를 한다던가, 반대로 준식이 민희를 좋아하게 되는 스토리로 극적인 전개가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갈등이 절정으로 이르는 정사씬 이후에 오히려 스토리가 급물살을 타며 종료되는 쪽으로 흘러가 버린다. 이미 야한 장면은 보여줬기 때문에 이후에는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들로 피칠갑을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영화가 정점으로 올라가 내려오기 직전에 이미 관객들은 선정적인 장면들에 피로를 느낀 상태라 감독이 의도한 잔인함, 공포, 긴장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 채 영화가 마무리 되고 만다. 

    흡사 롤러코스터가 최고점에 올라가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려 막상 내려올 때는 소리지를 힘도 남아있지 않게 되는 상태와 비슷하다. 잔인하고 야한 장면들의 수위와 배치를 좀 더 적절하게 조정하였다면 더 좋은 영화가 완성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할 얘기 있지 않아?"

    성철(마동석)의 음식점을 방문한 후 성철과 소연, 단 둘이 있게 된 상황에서 성철은 소연에게 "우리 할 얘기 있지 않아?"라고 해서 반전이나 무언가 밝혀낼 비밀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성철은 산에서 구르다가 죽음을 맞이하여 이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영화가 끝나버린다. 많은 이들이 떡밥만 던져준채 사라져버린 감독을 비난하였다.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머리를 똘똘 굴려보고 영화를 다시 본 결과 필자의 생각으로는 답은 소연에게 있는 것 같다. 

    우선 성철은 소연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볼 때 이미 난임부부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준식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결혼한지 5년이나 되었는데 아직 애가 없냐며 천연덕스럽게 물어본다. 그리고 둘만 있는 자리에서도 불임의 원인이 뭔지, 다른 여자랑 자본적은 없는지 등을 꼬치꼬치 물어본다. 이것을 볼 때 소연의 방문 목적은 단순히 여행이 아닌 난임 치료임을 알 수 있다. 통화의 마지막에 성철은 "그건 병원에서 못고쳐."라며 말하는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 질문이 생긴다. 과연 소연이 이곳에서 난임치료로 행해지는 것이 단순히 토종닭, 좋은술 같은 보양식인지 아니면 성철의 여자인 민희와의 동침인지를 미리 알고있었냐는 것이다. 

    식사자리에 4명이 둘러 앉아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소연이 유난히 여러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이 계속 클로즈업되서 나온다. 준식은 그저 즐거운 표정이며 성철은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운지 의미심장한 비열한 미소만을 지을 뿐이다. 따라서 소연은 방문전에 이미 여기서 행해지는 난임치료가 단순히 보양식을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것을 확신할 수 있는 장면은 성철이 12시에 민희와 동침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말한 뒤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준식에게 소연이 다녀오라고 말하는 모습이다. 마치 소연은 준식이 방을 나가면 단순히 술자리가 아닌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 준식이 고민하고 있을 때 소연도 그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 걱정과 기대를 하며 잠을 들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다 알고있다. 출처:네이버영화]


    결국 준식과 민희는 동침을 하게 되고 소연은 그런 사실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었는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성철의 돌발행동으로 소연은 무너지게 된다. 

    정리해보면 성철이 말한 "할 얘기"는 남편인 준식과 민희의 동침을 진행할 것이냐를 의미했을 가능성이 크고 소연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며 떠날 준비를 하지만 실패하게 되고 결국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것을 허락하게 된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소연은 몰랐지만 이미 성철 자신은 민희를 준식에게 내준 것처럼 소연도 자신과의 동침을 해야한다는 조건을 같이 걸어놨을 것이다. 


    성철은 연쇄살인마인가?

    영화가 극에 치닫으면서 성철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이번에 처음으로 저지른 우발적 살인인지 아니면 예전에도 경험이 있었던 경험적 자세의 살인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손님들에 대한 민희의 태도와 행동, 항구에 내려갔을때 취해있던 노인의 말을 들어보면 성철은 이미 살인을 한번이상 저지른, 아니면 그에 비교할 만한 큰 사고를 쳤었던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아마 살인까지는 아니어도 민희를 미끼로 한 관광객 강간은 경험이 많은 듯해 보였다. 

    만약 소연이 정말 자신의 동생이었다면 그녀를 통해 성욕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결국 성철은 섬이라는 제한된 공간속에서 쌓여가는 욕정을 푸는 방법을 비정상적인 범죄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살인 역시 그에게는 그저 사냥이나 도살과 같은 하나의 과정일 뿐 인간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느끼지 못하는 싸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성철은 이전에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을 연쇄살인마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비 온 후 느껴지는 찝찝함

    비가 시원하게 오고 난 뒤에는 대기중의 습도가 올라가 찝찝함을 느낄 때가 많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준식과 소연이 무사히 섬을 탈출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나지만 그들의 탈출에 감정적 카타르시스나 통쾌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언가 풀리다 만 실타래 같은 감정의 부스러기를 안고 나오게 된다. 


    [영화보고 나면 이런 모습이 된다. 출처:네이버영화]


    따라서 영화를 보고 나면 어느정도 기분이 다운될 것을 예상하고 봐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막 시작한 커플, 권태기의 커플, 기념일을 맞이한 커플, 모처럼 데이트를 나온 모녀, 신혼부부, 임신이 잘 되지 않는 난임부부 등은 이 영화를 피할것을 권한다. 간만의 영화관람이 감정적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가라앉을 필요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마동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원초적인 잔인함과 선정성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스릴러보다는 공포영화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