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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언터처블, 1%의우정, 근묵자흑에 대한 의구심
    카테고리 없음 2016. 6. 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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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터처블, 1%의 우정

    12세 관람가, 2012년 작품

     드라마

    감독 :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출연 : 프랑수아 클루제, 오마 사이

     

    즐거움 4

    슬픔 3

    잔인함 1

    야함 2

    박진감 1

    화려함 3


     불협화음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조화

     영화의 두 주인공, 필립과 드리스는 인종도 살아온 배경도 전혀 다른 인물이다. 어쩌면 둘이 만나게 된 것조차 우연으로 치기에는 억지가 있을 정도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이야기는 재즈음악에서 7코드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음악같다. 

     필립은 선조부터 귀족가문인 재력가의 엘리트로 정상적인 삶을 살다가 페러글라이딩 사로로 경추 골절이 생겨 목 아래부터는 감각도 없고 운동도 할 수 없는 사지마비 환자이다. 반면에 드리스는 입양되어 삼촌집에서 자란 빈민가 흑인 청년이다. 낙천적이고 정도 많지만 거칠고 다듬어 지지 않은 성격으로 인해 6개월간 교도소에 복역하기도 했다. 

     흑백론적인 시각에서 필립은 백, 드리스는 흑으로 보여지는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같이 지내는 동안 펼쳐지는 갈등과 화해가 영화의 주 이야기이다. 현실적으로 요양도우미로 전과자인 드리스를 채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처럼 필립은 그를 채용하였고 그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성찰

     필립이 드리스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장애인인 자신을 그저 일반 사람처럼 편하게 대해 준다는 것이다. 드리스 전과 후의 요양도우미들은 필립을 아무것도 못하는 (실제로는 그렇지만) 사람처럼 대하고 동정을 표하는 반면 드리스는 그에게 휴대전화를 그냥 주거나 장난을 치는, 스스럼 없는 모습으로 그와 지낸다. 이전에 정상인으로 생활하던 필립에게 드리스의 그런 모습은 자신이 장애인이 아닌 그저 필립,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느낌을 들게 하였을 것이다. 

    진한 우정이 묻어나오는 장면들 [출처:네이버영화]


     감금 증후군이라는 질병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또 다른 영화 '잠수종과 나비'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 이전과 너무나 달라져 버린 장애인으로서의 삶은 주인공의 신체뿐 아니라 정신까지도 아프게 만들지만, 결국 그런 장애를 장애로 대하지 않고 그저 주인공 그 자체가 가진 하나의 불편함으로 생각하고 대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수는 250만명 정도라고 한다. 전 인구수 5,000만의 5% 인 수치로 적지 않은 수이다. 아직 미주나 유럽에 비해, 멀리 볼 것도 없이 가까운 일본에 비해서도 장애인에 대한 일반사람들의 인식과 공공시설의 설비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영화에서처럼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동정'보다는 그 분들을, 그 자체로 바라보고 함께하는 '우정'이 필요한 것이다. 

     불편한 허례허식에 대한 솔직한 풍자

     필립의 집은 유럽풍의 대저택이다.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침대, 욕조까지 르네상스시대가 연상되는 값비싼 가구로 되어 있다. 저택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의 가격도 어마어마하다. 필립은 클래식밖에 듣지 않고 공연도 오페라만 본다. 반면에 드리스는 힙합을 즐겨 듣고 음악에 맞춰 즉흥적으로 춤도 추는 대중문화 청년이다. 드리스는 필립이 감상하는 미술 작품을 '흰종이에 흘린 코피' 라고 평가하고 독일말로 공연되는 오페라를 감상하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알아듣기는 하는거냐'며 그들의 허례허식을 꼬집는다.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는 드리스 [출처:네이버영화]


     클래식한 문화와 대중문화,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월한지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고 취향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클래식은 우아하고 우월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런 시류에 편승하여 무조건적으로 대중문화를 배척하고 클래식만을 감상하는 부류들이 있다. 예술은 음악이든 미술이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데 그것과 상관없이 그저 클래식이라 좋다고 하는 이들에 대한 풍자를 드리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청년들의 재능이 빛을 보지 못하는 현 시대

     요즘을 삼포시대라고 한다. 청년들은 취직을 하지 못하고, 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업무량으로 인해 개인의 연애, 취미 등 사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 취업난은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영화의 배경인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무려 25% 달한다. 4명중 1명은 쉬고 있거나 구직중인 상태인 것이다. 

     드리스도 구직에 대한 열의가 있었으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것과 전과 기록때문에 번번히 실패하여 결국 생활보조금만 받아 살고 있는 처지가 된다. 필립을 만나면서부터 바뀌기는 했지만 이런 행운의 기회를 가지게 되는 청년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드리스는 필립과 함께 생활하면서 미술과 음악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고 직접 미술작품을 그려내기도 한다. 필립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미술가로서의 삶을 격려하게 된다. 드리스처럼 재능이 있어도 그것을 알아봐주는 사람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영화에서 처럼 드리스의 작품이 11,000 유로의 거금으로 판매되는 일을 거의 불가능 할것이다. 

     근묵자흑에 대한 의구심

     이전부터 많이 들어본 사자성어 '근묵자흑'은 다들 알 것이다. 나쁜 것으로 대표되는 흑과 가까이 할수록 선으로 대표되는 백이 결국에는 나쁘게 된다는 뜻인데 이 영화는 그런 상황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솔직히 요즘 같은 혼돈의 시대에는 선과 악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바라보는 입장이 바뀌면 선이 악이 되기도, 악이 선이 되기도 한다. 굳이 이분법적인 사고로 표면상 보이기에 드리스는 흑, 필립은 백이다. 드리스는 필립에게 자유로움을 알게 해주고 담배도 피게 해주고 가끔은 폭력으로 해결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렇다고 해서 필립이 나쁜 쪽으로 변해가지는 않는다. 그의 어두운 면 반대편에 위치한 밝은 면들을 닮아가면서 점점 건강해진다. 반대로 드리스는 필립에게서 규칙적인 생활과 책임감, 인생에 대한 교훈을 얻는다.

    담배도 권하는 드리스 [출처:네이버영화]

     

     백과 흑이 만나면 백이 흑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회색이라는 새로운 색의 창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가끔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정한 흑을 무조건 멀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세히 보면 그들은 흑이 아닐수도 있고, 그들과 함께 한다면 우리의 내면에 새로운 색이 만들어 질수도 있지 않을까?

     조용히 울려퍼지는 감동의 하모니

     영화 후반부에 두 사람은 페러글라이딩을 한다. 필립이 다시 페러글라이딩을 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페러글라이딩에 다시 도전하면서 장애를 극복하여 이전의 나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장면은 대사 없이 조용히 울려퍼지는 Nina Simone 의 'Feeling good' 이 울려퍼지며 더 강하게 다가온다. 

    패러글라이딩 장면. [출처:네이버영화]


     Birds flying high you know how I feel 

     높이 날고 있는 새들아, 나의 기분이 어떤지 아니?

     Sun in the sky you know how I feel

     하늘의 태양아, 나의 기분이 어떤지 아니?

     Reeds drift in' on by you know how I feel

     바람에 날리는 갈대들아, 나의 기분이 어떤지 아니?

     It's a new dawn 

     새로운 새벽

     It's a new day

     새로운 하루

     It's a new life

     새로운 인생이야

     For me

     나에겐

     And I'm feeling good

     그래서 난 행복해

     노래의 가사처럼 자유롭게 날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필립. 이  장면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버킷리스트를 이루어 가는 영화 '버킷리스트'와도 닮았다. 두 영화 모두 친구와의 우정으로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의 마지막, 필립과 드리스가 드라이브 하는 장면부터는 대사가 거의 없이 피아노 선율만이(Ludovico Einaudi - Fly) 영화를 가득채우고 있다. 마치 피아노곡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보는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필립과 필립의 펜팔친구인 엘레노어를 만나게 해주고 뒤돌아 가는 드리스. 둘 사이에는 대사 없이 그저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아쉬움과 슬픔, 그리고 기쁨이 교차되는 감정의 파동은 서서히 울려퍼지는 Ludovico Einaudi - Una Mattina 를 통해 우리 가슴에도 전달된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위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본인을 발견할 것이다. 


     인간관계에 권태기가 온 이들을 위한 영화.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지친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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