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영화 대호,자식을 지키고 싶었던 호랑이와 사냥꾼
    카테고리 없음 2016. 6. 27. 13:36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대호

    12세 관람가, 2015년 작품

     드라마

    감독 : 박훈정

    출연 : 최민식

     

    즐거움 2

    슬픔 4

    잔인함 3

    야함 0

    박진감 4

    화려함 2


    주인공은 왜 호랑이 인가?

    1910년부터 1945년의 일제 강점기동안 일본은 정치, 경제, 군사영역 뿐만 아니라 민족의 정신을 소멸하기 위해 민족문화영역에도 칼을 대기 시작했다. 민족의 상징인 무궁화부터 시작하여 민족성과 연관이 있는 모든 것을 짓밟고 훼손시켰다. 호랑이는 건국신화인 단군신화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하였으며 한반도의 모양 역시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호랑이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민족의 상징적인 동물이었다. 하지만 ‘호환’이라는 말도 있듯이 호랑이에게 습격당하는 일이 많아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호랑이 사냥을 전담하는 부대인 ‘착호갑사’가 신설되기도 하였다. 일본 본토에 없던 호랑이는 일본 총독에게 보내는 선물 중 최고급 상품이었고 동시에 일본군에게 피해를 입히는 ‘해수’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강점기 동안 97마리의 호랑이가 사냥되었다고 하며 그 이후로 남한에서 호랑이가 발견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영화의 제목인 ‘대호’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뜻하며 좀 더 확장하여 해석하자면, 이는 일제 강점기에 사라져버린 민족의 여러 가지 것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처형당하고, 살육당하고, 강제 징용되고, 끌려가고, 죽게 된 민족의 생명들, 훼손된 한반도의 자연, 지배당한 민족의 정신, 사라진 민족문화, 멸종된 동식물들 등... 영화를 보는 이에 따라 그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대표로 호랑이를 등장시킨 것은 단순히 사냥을 위한 목표물보다는 무릎을 꿇지 않고 강인함과 저항정신으로 일제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이한 민족을 보여주기에 적합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호랑이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수십 명의 일본 군대가 동원되는데, 거의 학살수준으로 일본군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보고 대호에 대한 잔인함과 무서움보다는 가차없이 일본군을 없애는 호랑이를 응원하게 되는 모습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시대적 배경이 왜 일제강점기인가?

    시대적 배경은 일제 강점기이지만 실제 일본군이 주인공인 천만덕과 그의 아들 석이에게 해를 끼친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조선인으로 이루어진 다른 포수대와 주민들을 해치거나 못살게 구는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포수대를 꾸리게 하여 조선의 호랑이를 모두 토벌하게 하거나 그것으로 부족하자 부대를 동원하여 지리산을 훼손하고 불길을 피해 다니는 사슴정도를 죽이는 장면이 전부다. 만약 한반도의 호랑이가 멸종된 시점이 조선시대로 기록되어 있었다면 영화의 배경은 조선시대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될 정도로 일본군의 주 역할은 대호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사는 호랑이 멸종시기를 일제 강점기라 말하고 있어서 운 좋게도 조선을 상징하는 호랑이와 불운의 역사를 안겨준 일본과의 대립을 그릴 수 있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추측일 뿐이며 답은 감독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천만덕’은 ‘대호’인가? 

    천만덕에게는 삶의 목적인 아들 ‘석’이가 있다. 하지만 아비의 말을 듣지 않고 결국 대호에게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와 같이 대호에게도 사랑스러운 새끼 두 마리가 있으나 포수대에 잡혀 생명을 잃게 된다. 자식을 잃은 장면이 똑같이 나오며 자신이 지키려하던 것들을 잃어버린 천만덕과 대호의 모습이 중첩되어 간다. 대호의 부모가 사냥 당했을 때 어린 대호를 죽이지 않고 따로 구해내어 살려준 천만덕, 늑대굴에 물려간 석이를 구해내어 천만덕에게 데리고 간 대호, 영화 내내 눈보라가 휘날리는 잔인한 겨울의 지리산에서 이 둘의 서로에 대한 존중은 영화에서 가장 따뜻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대호와 천만덕이 마주하는 장면은 딱 네 번뿐이다. 한번은 어린 대호를 구해주는 장면, 두 번째는 석이를 물어다주는 장면, 세 번째는 대호가 최후를 맞이하러 가기 전, 마지막으로 둘이 동시에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다. 호랑이가 실제가 아닌 CG 이기 때문에 최민식은 혼자서 이런 상황을 상상하며 연기를 했을 텐데... 정말 대사 하나 없이 표정하나만으로 천만덕의 감정과 고뇌가 그대로 필자의 마음에 전해지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배우 최민식의 연기에 대해 엄지 척을 올리게 되었다.

    호랑이가 자신을 살려준 은인을 알아보고 그의 자식을 물어다 주는 것과 사람과 눈빛으로 대화하는 것이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겠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아주 억지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호와 호랑이가 마지막에 같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숙연해지며 그들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건조함속에서 잔잔히 스며나오는 감동

    영화는 처음부터 어두침침하고 눈발이 날리는 건조하고 추운 산속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거의 밝은 분위기의 장면 없이 시종일관 건조한 숲, 눈 덮인 숲, 타버린 숲, 어두운 숲 등 무겁고 투박한 장면이 대부분이다. 배경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들조차 90%가 남성이다. 배우들의 절반은 얼굴에 찌든 때가 가득하고 누더기처럼 헤진 옷을 입고 나와서, 호랑이한테 물려죽지 않으면 필히 이질이나 콜레라 같은 감염성 장질환으로 생을 마감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처럼 어둡고 무거운 영화 속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천만덕과 대호의 자식에 대한 진한 사랑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속에서 뭉클한 무언가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한 감동을 전달하는 장면은 대사도 별로 없고 특별한 화면 기법도 없다. 단순히 배우의 열연뿐이다. 최민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공간적인 배경은 거의 숲이다. [출처:네이버영화]

    영화 '히말라야'가 아니다. 눈 덮인 지리산. [출처:네이버영화]


    호랑이와 늑대의 CG는 왜 차이가 나는가?

    대호의 호랑이는 정말 실존하는 동물같다. 표정부터 뛰어다니는 모습까지 너무 생동감이 넘쳐서 가끔 CG가 아닌 실제 호랑이를 훈련시켜 찍은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하게 된다. 이에 반면 잠깐 등장하는 늑대들은 뭔가 영화장면 위에 제 3자가 합성해 놓은 듯 한 느낌을 주었다. 대호에게 겁을 먹고 도망갈 때도 너무 휙휙 사라지는 모습이 마치 발 없는 귀신이 도망가는, 손짓에 파리 때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늑대는 호랑이 보다 크기도 작고 털의 색도 단순한데 왜 그리 어색하게 CG를 사용했는지 궁금해진다. 늑대의 수가 몇 배 이상 많다보니 CG 담당이 만들다 지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완벽한 영화가 될 수 있던 ‘대호’에게 작은 결점을 안긴 늑대의 CG가 못내 아쉽다.

    정말 사실같은 호랑이 CG [출처:네이버영화]


    ‘사냥’보다는 ‘사랑’을 더 중요하게 말하는 영화

    포스터나 예고편만 보면 이 영화는 조선의 명포수 천만덕과 조선의 특급 호랑이 대호와의 결전을 그린 내용일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천만덕과 대호의 대결다운 대결도 없을뿐더러 마지막 대결도 서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 한 것이지 실제로 그 둘은 우호적인 관계에 놓여있다. 의외로 이 영화는 천만덕과 대호의 자식 사랑에 더욱 감동을 받고 여운이 남게 된다. 죽어 차가워진 아들 석이의 시신을 안고 절제된 오열을 하는 천만덕의 모습과 서로의 자식을 잃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대호와 천만덕의 대립 장면이 그러한 감정곡선의 정점일 것이다. 포스터에 써 있는 것처럼 천만덕이 총을 들어 지키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의 아들 석이었던 것이다.

    *여담으로 주인공 이름이 천만덕이지만 영화의 관객수는 천만이 되지 못해 감독은 천만(의) 덕을 보지는 못했다.


    무더운 여름밤 자녀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이다.

    특히, 말 안 듣는 사춘기 자녀에게 반면교사의 예로 삼을 수 있는 석이를 보여주며 교육할 수 있는 기회는 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