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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룸, 우리의 룸은 어디인가?
    카테고리 없음 2016. 6. 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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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룸 (Room)

    15세 관람가, 2015년 작품

     드라마, 스릴러

    감독 : 레니 에이브러햄슨

    출연 :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즐거움 4

    슬픔 4

    잔인함 1

    야함 1

    박진감 1

    화려함 1


    [출처:네이버영화]


     잔혹한 범죄를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동화같은 스릴러 영화!

     이 영화 개봉당시 포스터만 보고 소년과 엄마의 사랑스러운 스토리를 다룬 단순 드라마로 생각하고 관람하였다. 덕분에 룸이 어떤 곳인지 알고 영화보는 내내 충격에 휩싸여 더욱 가슴을 졸이고 영화를 보게되는 효과를 보긴 하였다. 혹시나 영화를 보기전에 이 글을 읽게 되는 분들은 여기서 읽게 될 스포일러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길 바라며... 글을 쓴다.


    [엄마와 아들, 단 둘만의 공간인 룸, 출처:네이버영화]


     영화 초반부에서는 주인공인 어린 소년 잭과 그의 엄마 조이가 방에서 사는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본 필자는 방안에 화장실과 부엌이 모두 있고 도대체 밖으로는 나가지 않고 방안에서만 시간을 지내는 모자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영화가 좀 더 진행된 뒤에 나온다. 


    [사랑스러운 소년, 잭, 출처:네이버영화]


    주인공인 잭은 남자아이인데 머리도 길고 얼굴도 여성스러운 라인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는 아역배우가 소년인지 소녀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목소리도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톤이다. 


    [뒷모습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잭의 성별, 출처:네이버영화]

     

    [오직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이 세상의 전부, 출처:네이버영화]


     모자가 계속 방에만 있던 이유는 바로 이 방에 감금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잭의 엄마인 조이는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납치를 당해 이곳에 감금되어 잭을 임신하고 출산하여 양육까지 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말로 쓰고 보니 굉장히 섬뜩하고 무서운 상황이지만 잭의 눈으로 그려내고 있는 방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따뜻하고 화목한 분위기이다. 잭이 책상이나 의자에 이름을 지어주고 사물들과 대화하며 천진난만하게 지내는 모습은 사랑스러우면서도 소년이 처해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마음이 짠해진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

     영화의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조이를 납치한, 잭의 아빠로 추정되는 범인의 모습도 나온다. 혼자 사는 일반 남성처럼 평범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이런 사건이 영화가 아닌 실제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비슷한 여러 사건을 찾아 보기도 하였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요제프 프리츨 사건'은 이미 유명하다. 


    [전세계 납치 감금 사건들]

    2013년 클리블랜드 감금 사건

    2006년 나타샤 캄수쉬 감금사건

    니가타 소녀 감금사건

    제이시 두가드 감금사건

     

     역시나 영화와 비슷한 많은 사건들이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실존하는 인물인 '제이시 두가드' 의 경우는 11살에 납치되어 18년간 감금된 삶을 살다가 그 곳에서 출산한 두 딸과 구출되었다고 한다. 후에 '도둑맞은 인생'이라는 책도 발간하였다. 

     대한민국은 과연 이런 사건으로부터 안전한 것인가? 검색결과 유사사건을 다룬 기사나 보도는 없었으나 여러 아동학대 사건들이 이제서야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런 납치, 감금사건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세상을 향한 힘겨운 노력!

     점점 커가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지는 잭. 외부세계와의 유일한 소통구인 TV에 나오는 곤충과 케릭터 등을 실제와 구별하지 못하자 엄마는 안타까움과 화를 느끼게 된다. 결국 방이라는 세상을 넘어 더 넓은 현실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엄마 조이. 모자는 탈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이 장면부터 아마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손에 땀을 쥐면서 한 장면 한 장면 지켜보았을 것이다. 


    [잭의 탈출 장면, 출처:구글]


    방에서 처음으로 나와 실제로 마주하는 하늘과 사물들, 주변의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신기함을 연기하는 아역배우가 정말 대단하였다. 주민과 경찰의 도움으로 소년은 구출되고 엄마인 조이 역시 무사히 구출되어 모자가 상봉하는 장면에서 애절한 모성애가 느껴지며 눈시울이 적셔진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

     초반과 중반부에 방에서의 삶과 탈출이 그려졌다면 후반부는 방에서 나와 원래의 부보님과 만나 새로이 적응하며 살아가는 과정이 나온다. 당연히 해피엔딩을 생각하며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영화는 그리 쉽게 끝나지 않았다. 

     위에도 기술되었던 실제 사건의 피해자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구출뒤에 일시적인 스톡홀롬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증상이 나타났었다고 한다. 이것은 인질범들에게 인질들이 애정을 갖게 되는 현상인데 구출된 피해자들이 조사과정 초기에 자신을 감금했던 범인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수년간 자신이 살아온 감금된 환경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잭의 엄마 조이도 구출된 후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억압되어 치료 받지 못한 그간의 정신적인 상처들을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 조이는 자신은 괜찮다며 정신과 치료를 거부하는데... 정말 괜찮았을까? 사건이 일어나기전 살았던 삶과는 전혀 다른 비정상적인 수년간의 삶은 엄청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충분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일으킬 만한 원인이었으며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진행되어 치료를 거부하는 상태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결국 정신병원으로 강제 이송되는 조이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병이 얼마나 사람을 병들게 하는지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잭에게서 멀어지는 엄마와 점점 외로이 혼자 있게 되는 잭을 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잭에게는 방 안과 밖의 삶 중에서 어떤 삶이 더 행복했을까? 어린 소년인 잭에게는 한평 남짓한 방이 세상의 전부였을 것이다. 좁긴 하지만 잭에게는 그다지 좁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고 제일 중요한 친구이자 보호자인 엄마가 항상 곁에 있었다. 잭은 엄마를 통해 세상을 느끼고, 세상을 바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제한된 공간과 자극 속에서도 영리하고 착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구출되고 난 이후 엄마와 멀어지면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고 행복보다는 슬픔이 눈가에 서려있는 우울한 소년이 되었다. 


     마음의 치료는 역시 사랑뿐!

     영화의 막바지에 드디어 감독이 던지고자 하는 메세지가 나온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엄마에게 힘을 주기 위해 삼손처럼 힘을 지닌 머리카락을 잘라 보내는 잭.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지나가는 이 장면이 오히려 더 큰 감동과 애잔함으로 다가왔다. 엄마는 정신병원에서 잘려진 아들의 머리카락을 받고 용기를 얻어 치료를 받아 퇴원하게 된다. 

     결국에는 엄마와 아들이 다시 만나 행복하게 마무리 되는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마지막에 감금되었던 방을 다시 찾아가 자신의 친구였던 사물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잭의 순수한 모습을 통해서 잔혹한 범죄를 이렇게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여 무섭지 않고 서정적이게 풀어낸 감독의 연출에 엄지손가락을 올린다. 


     룸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의 룸은 어디인가? 

     조이에게 있어 룸은 잊고 싶은 과거이지만 잭에게 룸은 엄마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소중한 공간일 것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 과연 엄마의 룸일지 잭의 룸일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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