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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노르웨이의 숲 상처받은 영혼들의 슬픈 자화상카테고리 없음 2016. 6. 8. 17:54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국적
일본
대표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수상
노르웨이의 숲 - 베스트셀러
해변의 카프카 -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세계 환상문학상 수상
태엽감는 새 -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
언더그라운드
1Q84
38살의 주인공, 와타나베는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을 듣고 18년전 아득한 추억이지만 손에 잡힐듯 생생한 과거로의 회상을 시작한다. 나오코가 좋아하던 노래, 노르웨이의 숲 가사는 이렇다.
I once had a girl, or should I say she once had me.
(예전에 나는 한 여자를 소유했었지, 아니 그녀가 나를 소유했다고 할 수도 있고.)
She showed me her room, isn't it good?
(그녀는 내게 그녀의 방을 구경시켜 줬어, 멋지지 않아?)
Norwegian Wood.
(노르웨이의 숲에서)
She asked me to stay and she told me to sit anywhere,
(그녀는 나에게 머물다 가길 권했고 어디 좀 앉으라고 말했어,)
so I looked around and I noticed there wasn't a chair.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의자 하나 없었지.)
I sat on a rug biding my time, drinking her wine.
(양탄자 위에 앉아 시게를 흘끔거리며 와인을 홀짝이며)
We talked until two, and then she said, "It's time for bed"
(우리는 밤 두 시까지 이야기했어, 이윽고 그녀가 이러는거야 "잠잘시간이잖아")
She told me she worked in the morning and to laugh,
(그녀는 아침이면 흥분한다고 말했어 그리곤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지.)
I told her I didn't and crawled off to sleep in the bath.
(나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곤 목욕탕으로 기어들어가 잠을 잤어.)
And when I awoke, I was alone, this bird had flown,
(눈을 떴을때, 난 혼자였어, 그 새는 날아가 버린 거야,)
so I lit a fire, isn't it good?
(난 벽난로 불을 지폈어, 멋지지 않아?)
Norwegian Wood.
(노르웨이의 숲에서)
- 노르웨이의 숲
- 국내도서
-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양억관역
- 출판 : 민음사 2013.09.02
친구의 연인, 나오코의 이야기
가사처럼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은 예전에 만난 여인과의 추억을 노래하고 있다. 이 노래처럼 주인공도 지난 시절의 사랑하는 이였던 나오코와 그녀와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나오코의 심리상태와 상황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장면인 들판에서의 대화가 작품의 첫장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독자들은 나오코를 모르는 상태에서 염세주의적 사고와 언행을 하는 나오코에게서 기이한 느낌마저 느끼게 되는데 이는 작품을 다 읽은 후 다시 본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장면이다.
나오코는 어려서부터 같이 지낸 소꿉친구 기즈키와 자연스레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된 사이였다. (기즈키는 주인공 와타나베의 유일한 친구로 고등학교 2학년 때 기즈키의 연인으로 나오코를 처음 만나게 된다.) 나오코와 기즈키는 오래된 사이이지만 그 둘 사이에는 육체적 관계가 없었다. 시도는 여러번 해보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불가능하였다. 하지만 육체적 관계없이도 그 둘은 친구이자 연인이었고 성인이 되면 결혼까지 당연한 듯 보였다. 그러나 17살, 어린 나이에 기즈키는 자택 차고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자살을 선택하였고 그때의 그 사건은 나오코와 와타나베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
기즈키의 죽음 이후로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한번의 교류도 없이 지내다가 1년뒤 우연히 도쿄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 사이 그녀는 본인의 마음에 깊은 우물과 인간관계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어쩌면 원래 그런 성향이었던 것을 나오코와의 만남의 지속하면서 와타나베가 알게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오코의 성격에 대해서 저자는 직접적이기 보다는 간접적인 상황과 대화로 표현하고 있다.
"들판의 우물, 그건 정말로 정말로 깊어.... 목이 터져라 불러도 아무도 듣지 못하고, 누군가가 발견할 가능성도 없고, 근처에 지네나 거미 같은 것들이 우글대고, 먼저 죽은 사람들의 백골이 바닥에 널렸고, 깜깜하고 축축하기만해... 그런데서 홀로 천천히 죽어가는 거야."
"누군가가 영원히 지켜 준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잖아... 넌 회사에 갈 거잖아. 그럼 그동안은 누가 나를 지켜 줘?... 그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그러다 언젠가는 나한테 넌더리가 나고 말 거야..."
"네가 상상하는것 이상으로 아주 심각한 혼란에 빠졌어. 어둡고, 차갑고, 너무 혼란스러워..."
나오코는 기즈키의 죽음 직후부터 주요우울장애 (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행하고 있었음이 확실하다. 아니면 이미 그녀의 친언니가 자살했던 11살 때부터 시작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주요우울장애의 자살위험 요인에는 가족력이 있는데 그녀의 친언니 뿐만 아니라 그녀 아버지의 동생까지도 젊은 나이에 자살을 하였다. 이것을 볼 때 나오코 역시 자살을 선택했던것이 어찌보면 자연스런 인생의 흐름이지 않았을까?
나오코는 와타나베가 대학에 재학중일 때 요양원에 입원을 하여 레이코라는 룸메와 같이 지내며 치료를 받지만 결국에는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24살이 되던 해에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녀가 정신적인 혼돈속에서 흔들릴때마다 지탱해준 버팀목인 와타나베에 대한 감정은 쉽게 정의하기가 어렵다. 사랑도, 미움도, 호의도, 동정도, 우정도... 그 어떤 범주에도 적절하지는 않지만 세상을 떠나기전 마지막까지 기억되고 싶어 했던 사람은 와타나베가 확실하다.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해 줄래?"
"정말로 언제까지나 나를 잊지 않을 거야?"
어쩌면 나오코는 와타나베를 기즈키 다음으로 사랑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즈키에 대한 깊은 사랑과 추억때문에 생기는 감정과 사라지는 감정사이에서 고뇌하다 결국은 결정하지 못하고 만다. 만약 나오코가 기즈키를 좀 덜 사랑하고 와타나베를 좀 더 좋아했다면 나오코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결정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난 스무 살 생일 저녁에 너를 만났을 때부터 젖었더랬어... 그런 느낌은 처음이야. 왜? 왜 그런일이 일어났지. 나, 기즈키를 정말로 사랑했는데."
나오코와의 대화속에서 그녀는 와타나베에 대한 감정에 대해 왜?라는 물음을 던지며 그것이 애정이건 동정인건 사랑인건 더 이상의 감정이 진해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기즈키의 특별한 연인이라는 고정관념때문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 대해 생기는 감정을 억압하고 있는 과정이 일어난 건지도 모른다. 결국 우울증과 이런 감정의 억제는 그녀를 끝내 회복하지 못한 져버린 꽃으로 만들게 된다.
조용하지만 매력적인 주인공, 와타나베 이야기주인공은 와타나베이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워낙 매력적이고 특이해서 그렇게 두드러지는 케릭터가 아니다. 책, 영화, 음악을 좋아하고 단체생활보다는 주로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는 와타나베는 친구도 별로 없다. 학창시절 유일한 친구였던 기즈키가 세상을 떠난 후 부터는 누군과와의 교류없이 피상적인 만남을 했을 뿐이다. 그 후 도쿄로 대학 진학을 하면서 특공대라는 별명을 가진 특이한 친구와 만나게 된다. 서로 맞는 점이 없지만 둘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룸메로써 친하게 지내는데 이 특공대 마저 이유없이 사라져 버린다. 또 다른 친구인 나가사와는 같은 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인 2년 선배이지만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알게된 후 부터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다. 나가사와라는 인물은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인데, 나중에 따로 기술하므로 잠시 피해간다.
소설의 주 내용은 나오코를 향한 와타나베의 사랑과 그 둘 주위의 인물들과의 이야기이지만 지고지순한 순종적인 사랑이 아니다. 오히려 흔들리는 감정의 파도속에 애처롭게 떠다니는 조각배같은 감정으로 그려지는 와타나베의 사랑이다. 와타나베는 나오코를 사랑하면서도 여러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단순히 하룻밤만 같이 보내는 여자부터 감정이 흔들리게 되는 미도리까지 다양하다. 그렇다고 해서 와타나베가 나가사와처럼 성욕에 목말라 이 여자 저 여자 탐하고 다니는 부류는 아니다. 오히려 그는 여자들과의 피상적인 관계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축이다. 하지만 나오코를 사랑하는 것 같이 보이면서도, 미도리도 좋아하고, 육체적인 관계는 다른 여자랑 맺고... 소설 후반에는 나오코의 룸메였던 레이코와도 자고... 보는 관점에 따라 능력있어 보이기도 하고, 여자관계에 능숙한 카사노바 같이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와타나베도 나오코만큼 삶에 대한 염세적인 입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유일한 절친 기즈키의 죽음으로 그에게는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라는 말이 가슴에 큰 덩어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기즈키는 실제적인 죽음이었다면 와타나베는 영혼적인 죽음이지 않았을까?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죽음은 심각한 사실이라는 끝이 없는 생각의 순환에 갇혀버려 그 이후부터는 그 어떤 일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진지해 지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 순환의 돌파구로 기즈키와의 연결고리인 나오코를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모든 궁금증의 답은 작가만이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방황을 마치고 돌아온 와타나베는 소설의 마지막에서조차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며 새로운 삶의 돌파구인 미도리를 찾는다. 미도리와의 사랑마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즈키와 나오코의 죽음을 축으로 한 염세적인 의미없는 삶의 순환이 반복될 것을 암시하는 엔딩이었다.
세상이 심심한 완벽남, 나가사와 이야기
재력가 집안의 엘리트인 나가사와. 머리도 좋아 남들이 어려워하는 대학입시도, 외무 공무원 시험도 그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과정이지 어렵게 통과해야 하는 등용문이 아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어, 스페인어 까지 가능한 굉장한 수재이다. 그리고 남다른 재능은 여자 관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성욕과 관계없이 그에게는 처음 만난 여자와의 하룻밤은 어렵지도 않는 단순히 게임에 불과하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보니 그에게는 목표를 위한 일련의 과정이 노력이 아니라 노동이라고 치부한다. 세상일이 쉽게 풀리다 보니 그에게는 삶의 치열함이나 의지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 남들이 보기에는 완벽하고 부러운 삶을 살고 있지만, 정작 그 자신이 삶이 심심한 것이다.
남들은 hard 모드로 진행하는 게임을 easy 모드로 살고 있는 그에게 현실감각을 잃지 않게 해주는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있는데 바로 여자친구인 히쓰미이다. 나가사와가 화려한 장미 같다면 히쓰미는 수수한 들꽃같은 존재이다. 나가사와가 다른 여자들과 자고 다니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이해하고 옆에 남아있는 사려깊은 여자친구이다. 하지만 나가사와는 결국 자신만의 세상속에 갇힌 채 그녀와의 연결고리를 잃어버리게 되고... 독일로 떠나게 된다.
모짜르트부터 최근의 스티브 잡스까지, 널리 알려진 천재들 중에서 괴짜가 많다고 한다. 필자는 평범한 사람이라 그런 분들의 마음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나 아마도 내 아들을 보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레고조립은 나에게는 굉장히 쉬운 일이나 어린 아들은 엄청 힘들어하며 시간도 오래걸린다. 어리니까 어렵겠지 생각은 되나 바라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지루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천재들이 일반 사람들과 생활할 때 느끼는 감정들이 이런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심심하고 답답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결국에는 성격적인 결함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을 아닐까?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은 오히려 우울중 같은 정신병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천재들이 자살로 일찍 세상을 뜨는 것도 혹시 그래서는 아닐까... 우울하게도 범인(凡人)으로서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감정에 충실한 낙천적 여성, 미도리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본능대로 움직이는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되는 미도리. 나오코, 와타나베, 미도리의 삼각관계를 이루는 축의 하나인 미도리는 사람 관계에 있어서 감정을 절제하거나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나오코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가진 인물이다. 화도 내고 삐지기도 하고 반대로 좋아 죽기도 하고, 현실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다.
아픈 아버지를 밤낮으로 병간호하는 효녀이기도 한 미도리. 이런 상황에서도 크게 우울하고 낙담하는 모습보다는 항상 밝은 표정으로 지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우울한 늪지에서 허덕이는 나오코보다 미도리에게 더 호감이 간다. 포르노 영화를 같이 보러가거나 엉뚱한 말로 와타나베를 당황시키는 모습까지도 사랑스럽다. 만약 나오코가 더 일찍 세상을 뜨고 미도리와의 연애사가 좀더 소설에 나왔다면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소설은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이 됐을지도 모른다.
와타나베와 여러번 갈등을 겪기는 하지만 결국 소설의 마지막, 와타나베의 부름에 응답하며 그와의 관계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는 결국 작가만이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오코나 나가사와처럼 자신만의 세계가 강한 와타나베보다는 더 좋은 남성과 잘 되길 바라는 삼촌의 마음이다.
마음의 상처를 가진 채 방황하는 영혼들을 노래한 소설
이 소설의 배경은 1980년대의 도쿄이다. 30년 전의 배경인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화과 비슷한 것이 놀랍다. 일본의 10년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말이 절실히 느껴졌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크던 작던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친구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꿈의 상실 등으로 인해 새겨진 마음의 상처들은 회복되기도 하고 그대로 곪아 터져버리기도 한다. 나오코의 상처는 결국 그녀를 세상과 이별하게 만들었지만 와타나베, 레이코, 미도리의 상처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회복의 암시를 주며 마무리 된다.
소설의 줄거리 보다는 특별한 배경과 상처를 가진 인물들의 심리와 그것에 대처하는 방황과 극복 과정을 읽어나가면서 작품을 음미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만약 나와 비슷한 상황의 인물이 있다면 그 또는 그녀를 통해 나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 방황을 멈추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그런 기회를 작품을 통해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