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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노인과 바다, 인간의 지치지 않는 도전을 그린 작품카테고리 없음 2016. 5. 2. 10:51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저자
-국적 :
미국
-대표작 :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노인과 바다> - 퓰리처상 수상작
*노벨 문학상 수상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Miller Hemingway
세계 1차 대전에도 참전한 적이 있는 작가는 남성적인 얼굴에서 느껴지는 강인함과 투박함이 소설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노인과 바다> 이전의 작품들의 배경이 주로 전쟁터나 투우장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바람 한점 없는 망망대해가 주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전쟁터나 투우장은 생존을 위한 치열함이 느껴지는 생동감의 장소라면, 반대로 바람 한점 없는 고요한 바다는 생동감 보다는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배경과는 대조적으로, 한 노인의 치열한 사투를 자세히 표현하여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한다.
- 노인과 바다 외
- 국내도서
- 저자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 오영진역
- 출판 : 다상 2012.05.08
*전쟁, 투우는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삶에 대한 치열함이 느껴지는 장소이다.
*태풍, 파도가 없는 잔잔한 바다는 엄마같은, 여성적이 느낌의 장소이다.
<노인과 바다>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노인이 물고기를 잡는 과정'이다. 이렇게 간단히 요약될 정도로 이야기는 길지 않고 등장인물이나 드라마의 전개도 거의 없다. 그러나 저자는 이 짧은 이야기안에서 본인의 모든 것을 토해내듯 한 노인 (또는 작가 그 본인일 수 도 있는) '산티아고' 를 통해 삶의 막바지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아름다운 도전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산티아고' 는 유년시절부터 배를 타고 다니며 고기잡이를 주업으로 일생을 산 어부 사나이다. 비록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의 어깨와 목은 젊은 시절의 탄탄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에게 가족이 있는지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고 있어서 유일한 친구는 같은 동네에 사는 소년뿐인다. 소년은 어릴 때부터 노인을 따라 다니며 같이 배를 타고 낚시를 해온 것으로 나와 있어 같이 보낸 시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설 내내 소년은 노인을 챙기고 보필하는 역할을 하지만 작가는 이 소년에 대한 이름조차 언급을 하지 않는 절제된 표현으로 노인에 대한 집중을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
일생일대의 마지막 출항을 앞두고 소년은 노인과 같이 바다로 나가고 싶어하지만 노인은 소년이 현실적인 문제를 앞에 두고 이상을 쫓기 보다는 현실에 적응하기를 바라며 혼자 바다로 나가게 된다. (소년에게 있어 노인과 낚시를 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즐거움이지만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는 그러한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다른 배를 타도록 소년에게 권유한 노인이지만 바다에서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소년을 그리워하고 찾는 것을 볼 때 노인 역시 소년을 많이 좋아하고 아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 대어는 커녕 변변찮은 물고기 조차 낚아보지 못한 노인은 소설을 쓸 무렵의 저자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이후 10년간 대표작을 쓰지 못하고 있던 작가는 대어를 낚고싶은 어부의 마음처럼 역사에 남을 만한 대작을 쓰고싶은 간절함이 컸을 것이다. 혼자서 외로이 대어를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노인의 모습은 어쩌면 이 작품을 쓰면서 고군분투한 작가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노인은 배한척, 작살하나로 700kg 이 넘는 대어를 잡기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대어를 잡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흘간 밤낮으로 쉬지 않고 움직이는 물고기 때문에 노인 역시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하고 낚시줄을 손과 목에 감은채 배위에서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낚시줄의 마찰에 의해 손에 상처와 그로인한 고통이 생기지만 노인의 사투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노인은 약해질때마다 더욱 자신을 채찍질하며 마지막일수도 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욱 정진해 나갔다. 결국 노인은 대어와의 결투에서 승리하여 물고기를 잡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일장춘몽이라고 했던가. 기쁨도 잠시 피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상어떼에게 사로잡은 물고기는 뼈만 앙상히 남은 채 뜯겨져 나간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지 않냐며 작가는 노인의 독백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차라리 이게 한낱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기는 잡은 적도 없고, 지금 이 순간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혼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대목에서 너무나 유명한 대사 한마디를 던짐으로써 저자는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A man can be destroyed and not defeated."
destroyed 를 한글로 번역한 문장들이 원 영어문장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서 영어 그대로 써봤다. 부러질언정 굽히지 않겠다는 대나무같은 기개로 해석하면 적당할까? 동서양을 막론한 이 정신은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정문일침일 것이다.
엄청난 고생후에 남겨진 것은 대어의 앙상한 뼈다귀뿐이다. 마을로 돌아온 노인은 그대로 쓰러져 집에서 잠이 들었다.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노인의 힘들었던 사투의 결과물로 남겨진 생선뼈만 바라볼 뿐 노인의 업적에 대해 알아주지는 않았다. 노인 역시 자신이 패배했다며 소년에게 토로하지만 소년은 그렇지 않다며 노인에게 위로를 전했다.
작가는 산티아고와 자신을 거의 동일시 했을지 모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산티아고에게 남겨진 것은 생선의 잔해물 뿐이었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여러 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만약에 상을 수상하지 않았더라도, 물리적인 보상보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생을 감수하였던 노인처럼 작가 역시 기꺼이 이 작품을 쓰고 만족을 하였을 것이다.
현재를 삼포시대라고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가 살아가는 시대. 이런 시대에서는 노인과 같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본인이 이루고싶은 목표만을 향해 정진하는 것이 힘들지도 모른다. 꿈과 이상보다는 현실에 더 안주해서 살아가야 하는 슬픈 현대인들은 이 작품에서 나홀로 애쓰고 있는 한 노인을 그저 불쌍하다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대작을 위해 수십년간 목표를 향해 달려간, 대어를 낚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인 그(또는 산티아고)에게서, 무언가를 정말 원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감내할 수 있다는 용기를 이 책을 통해 얻어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된다.
*추가로 작품에 등장하는 물고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