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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황후화, 장예모 감독의 액션 대작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카테고리 없음 2016. 8. 4. 12:15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황후화
청소년 관람불가, 2007년 작품
드라마/무협/액션
감독 : 장예모
출연 : 주윤발, 공리
즐거움 0
슬픔 2
잔인함 3
야함 2
박진감 4
화려함 5
[출처:네이버영화]
황후화의 시대적 배경
황후화는 당나라 말기, 당나라가 멸망해가는 동시에 오대십국시대가 열리는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황소의 난 (농민 반란) 이후 당나라는 국가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였다. 이 시기에 힘있는 지방 세력들이 자신이 황제임을 자처하고 일어나며 오대십국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 중 이극용과 주전충의 세력이 두드러지며 당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이극용의 군대는 검은색 의복을 입은 갈가마귀군으로 영화에서도 왕의 친위대로 등장한다.)
[후량,후당 시대의 중국지도]
[실제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갈가마귀군, 출처:네이버영화]
주전충은 스스로 황제를 자칭하여 양나라를 세웠다. 이때의 양나라는 남북조 시대의 남조, 양나라와 구분하기 위해 후세의 역사가들이 후(後)를 붙여 후량(後梁)이라 칭하였다. (황후는 바로 이 후량의 황제, 후량황제의 딸이다.) 이극용은 주전충을 황제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당나라의 후예임을 자처하여 후당(後唐)을 세우고 그를 계승한 이존욱은 후량을 멸하고 후당을 건국한다. (영화에서 나온 황제는 실제 역사와는 다르지만 아마 이존욱과 같은 인물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실제 금으로 만든 황금 갑옷을 입은 황제, 출처:네이버영화]
중양절의 의미
중양절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음력 9월 9일에 지내는 명절로, 해와 달이 양이 되는 날이라고 한다. 9월 9일 외에도 월과 일, 홀수가 겹치는 날인 음력 1월 1일, 5월 5일 (단오), 7월 7일 (칠석) 같은 명절과 비슷한 날이다. 이날에는 사람들이 산과 같은 높은 곳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거나 국화전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중양절을 기념하여 궁에 장식된 국화, 출처:네이버영화]
중양절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어느날 장방이 환경이란 사람을 찾아와 “9월 9일 이 마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니 식구들 모두 주머니에 수유꽃을 넣었다가 팔에 걸고 산꼭대기로 올라가라”고 하였다. 환경이 장방의 말대로 식구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며 놀다가 이튿날 집에 내려와 보니 집안의 모든 가축들이 죽어 있었다. 그후부터 중양절이 되면 산에 올라가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태자 원상의 생모가 산수유꽃을 좋아했다고 하며 황제가 황후와 왕자들에게 꽂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스토리보다는 시각적인 화려함이 더 돋보이는 영화
황후화의 감독 장예모는 <붉은 수수밭>을 시작으로 20편이 넘는 영화를 찍은 거장이다. 1988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1992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등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감독이며 특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능력이 뛰어난 감독이다. 그가 총괄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엄청난 물량으로 몰아치는 거대하고 화려한 영상미는 보는 이들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그의 이런 능력이 십분 발휘된 영화가 바로 황후화이다. 거대한 영화세트장, 화려한 의상과 CG를 사용하지 않은 전투신 등 대륙의 스케일이 아니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영상미가 펼쳐진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금색과 붉은색이 화려하게 영화를 수놓으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주로 붉은색과 금색을 사용한 영상미, 출처:네이버영화]
[전투씬에서도 붉은색과 금색이 돋보인다, 출처:네이버영화]
[황금으로 수놓은 화려한 의상, 출처:네이버영화]
기자 간담회에서도 밝혔듯이, “과거의 영화와 현재의 영화는 장르가 다르다. 과거에는 예술성이 강한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웅’ 이후에는 상업성이 강한 영화를 만들었다. 할리우드 영화로 향하는 관객들을 돌리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이전의 ‘붉은 수수밭’ 같은 영화보다는 황후화의 450억원처럼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화려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 것이라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영웅’으로 시작된 대작영화의 파도가 ‘황후화’에 이르러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온 것이다.
한국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 스토리
영화의 스토리는 제법 충격적일 수 있다. 후당의 무사였던 황제는 후량의 공주였던 황후와 결혼하고 출세하기 위해 자신의 가족과 조강지처를 버리고 후당을 세우게 된다. 절대 권력의 황제에게는 전 조강지처에게서 얻은 태자 원상과 그의 동생들 원걸(아마도 황후의 친아들로 생각됨), 원성(다른 첩의 자식으로 생각됨) 세 아들이 있다. 이 중 원상은 황후와 3년 동안 정분을 나눈 자로 현재는 이런 상황을 정리하고 멀리 원정을 나가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황후는 그런 원상을 원망하며 그의 마음을 되돌리려 하지만 쉽게 일이 풀리지 않는다. 한편 둘째아들 원걸은 이전에 황제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전장에서 머물다가 돌아오게 되고 어머니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고 근심에 빠진다.
황후는 자신이 먹는 탕약에 독이 들어가 있음을 알게 되고 반란을 일으켜 황제를 폐위하려 하지만 황제는 이미 원상과 황후의 관계와 반란 계획 모두를 알고 있었다. 결국 원걸 왕자와 공모한 반란은 처참하게 실패하게 되고 황제를 제외한 모든 이가 죽는 것처럼 영화는 마무리 된다. 충격적인 근친상간의 스토리와 우울한 결말로 인해 스토리 중심으로 영화를 봤던 이들은 이 영화에 대해 대부분 호평보다는 혹평을 하며 낮은 평점을 주었다. 하지만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이전 시대가 망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 본다면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스토리 하나만으로 이 영화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대륙의 스케일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
중국문화를 찬양하는 사대주의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그 자체만을 놓고 얘기했을 때, 황후화의 의상과 전투신은 이전과 이후 나온 사극영화들 중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황제와 왕자들의 갑옷뿐만이 아니라 군대의 일개병사 갑옷의 디테일마저 놀라울 정도이다. 특히 영화의 중심인 황후의 장신구와 의상, 화장까지 우아함과 화려함이 넘쳐흐른다.
[무장의 갑옷이 아름답다, 출처:네이버영화]
특히 여러 번 등장하는 전투신이 압권이다. 중국 무협 영화의 특징인 칼소리 칭칭나며 싸우는 일대일 결투부터 엄청난 인원이 동원된 대전투까지 화려한 동작과 예상을 벗어나는 전술 등으로 보는 이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금색, 은색, 검은색, 붉은색으로 치장된 군대의 전투는 마치 화려한 빅쇼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연출된 장면들이 CG 사용 없이 실제 엑스트라들이 동원되어 찍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수천명의 인원들이 병사, 궁녀, 신하 등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거대한 세트장과 엄청난 인적자원, 중국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엄청난 물량의 마지막 전투장면, 출처:네이버영화]
[동원된 수많은 엑스트라, 출처:네이버영화]
궁리와 주윤발, 세계적인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궁리와 주윤발 모두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배우이다. 매력적인 마스크와 흠잡을데 없는 연기로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다. 역시나 황후화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영화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궁리의 경우에는 클로즈업 샷이 많은데 이는 배우의 미묘한 표정까지도 관객들이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실수로도 영화의 흐름이 끊길 수 있다. 하지만 궁리는 입술의 움직임, 시선처리, 호흡, 이마의 땀을 닦는 동작 등의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훌륭한 연기를 선보여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웃는 장면보다는 분노하며 오열하는 장면이 주로 나오기 때문에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분노하고 오열하는 모습을 주로 보게 되지만 궁리의 연기는 그런 모습마저도 카리스마 넘치고 우아하게 만들어 버린다.
[궁리가 아닌 황후를 상상하기 힘들다, 출처:네이버영화]
주윤발은 황제의 역을 맡아 시종일관 절제된 표정과 감정을 연기했다. 황제이자 아버지로서 왕자들을 바라보는 대사 없는 표정연기는 역시 주윤발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황제의 위엄과 아버지의 자상함 모두를 느끼게 만드는 연륜 있는 연기는 궁리의 상대역으로서 궁합이 잘 맞는 캐스팅이었다.
[크아~, 출처:네이버영화]
화려한 접시에 담겨진 초라한 음식
영화를 관람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은 개인마다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평은 제각각 일 수밖에 없다. 화려한 영상미와 할리우드 영화처럼 거대한 스케일을 좋아한다면 황후화는 매우 만족스러운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전 장예모 감독의 예술성 짙은 작품을 좋아하던 관객이라면 점점 상업화되며 겉치장만 화려해지는 그의 영화에 실망을 금치 못할 수도 있다. 그런 견해적인 차이를 배제하고 이 영화를 얘기하자면, 접시가 너무 화려한 나머지 그 안에 담긴 음식은 신경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거대한 세트장과 화려한 의상은 인물들의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이는 인물들의 심리 갈등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여 결국 관객들에게 막장 스토리로만 기억되는 영화가 되는 것이다.
엄청난 자본이 들어간 대형 무협 영화를 향한 감독의 시도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영화를 포장하는 부분과 그 안에 들어있는 알맹이의 밸런스 조절에 더욱 신경을 써서 할리우드 영화에 밀리지 않는 동양적 블록버스터 대작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화려했던 당나라 시기의 문화적인 요소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는 볼 가치가 충분한 것 같다. 특히 금색 의상과 노란 국화가 선보이는 대규모 전투신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