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오피스, 애매한 영화 속에 펼쳐지는 애매한 연기카테고리 없음 2016. 7. 19. 11:03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오피스
15세 관람가, 2015년 작품
스릴러/범죄/호러
감독 : 홍원찬
출연 : 고아성, 박성웅
즐거움 0
슬픔 1
잔인함 3
야함 0
박진감 1
화려함 0
[출처:네이버영화]
왜 사무실이 배경일까?
홍원찬 감독의 말을 먼저 들어보자. 그는 “[오피스]는 조직 안의 개인에 대한 이야기죠... 회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한 단면이죠...” 라며 말하고 있다. 조직사회를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현실고발과 그 안에서 생활하는 직장인들의 심리를 바라보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의 생활공간이라 더 섬뜩한 장면들
영화는 일상적인 가정집에서 시작된다. 한 집안의 가장이 갑자기 망치를 들어 온 가족을 살해한다. 시작부터 뜬금없는 잔인한 장면으로 출발한 영화는 그 뒤 사무실로 무대를 옮긴다. 이리저리 치이며 눈치를 보는 사무실안. 부장은 부장대로, 과장은 과장대로, 대리는 대리대로 그리고 인턴마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 이곳에서 벌어지는 현실과 같은 사무실 풍경이 30분쯤 나온다. 김병국 과장(배성우)이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던 고충을 그 시간동안 설명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관객들에게는 지루하지 않았나 싶다.
[글쎄...스릴러라 하기에는 너무 무리수였던 설정들, 출처:네이버영화]
아무튼 사무실이라는 공간은 우리와도 밀접한 일상공간이기 때문에 이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장면들이 더욱 오싹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혼자 야근을 하고 있는 장면, 불 꺼진 복도를 걸어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들어가는 장면, 화장실에 홀로 남는 장면은 직장인이라면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런 장면을 영리하게 이용하여 중간 중간 관객들을 깜짝 놀라고 무섭게 만들었다.
[약간은 과장된 사무실의 모습들, 출처:네이버영화]
애매한 장르, 호러 스릴러
겉으로만 보면 영화 [오피스]는 제목부터 스릴러 냄새가 강하게 난다. 영화 중반까지도 범인으로 의심되는 김과장을 추적하는 스릴러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영화가 급물살을 타고 막바지로 흘러가면서 장르가 애매해진다. 실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김과장이 아닌 인턴 이미례(고아성)인데 직원들은 그녀를 김과장으로 착각하여 보게 된다. 한 명도 아니고 한 부서의 직원 전체가 그녀를 김과장으로 보는 설정에서 영화는 스릴러를 탈피하고 호러의 탈을 쓰게 된다. 이쯤부터 선정적인 장면들이 쏟아지며 나오게 되는데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너무 빨리 살인을 진행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범인이 김과장이 아닌 이미례였다는 충격적인 반전을 주기위한 감독의 노력으로 생각되지만 관객들이 느끼기에는 반전도 그저, 영화의 장르마저도 그저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고육지책이지 않았을까? 차라리 하나의 장르로 쭉 밀고나갔다면 어이없는 살인에 허탈하게 웃는 관객들이 없지는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정도 힘이면 운동을 시작해보는건 어떨까? 출처:네이버영화]
여성 혼자 성인 남자를 천장까지 끌고 올라가는 것도 그렇고 단순히 인턴생활로 인한 6개월의 고충으로 연쇄살인을 일삼는 살인마로 변해버린 설정도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억지스럽고, 그렇다고 시종일관 공포로 벌벌떨게 하는 호러 영화도 아닌 참 박쥐같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주연으로는 부족한 고아성의 연기
20대 초반 여성, 지방에서 상경하여 6개월 동안 인턴만 하고 있는 계약직, 열심히는 하지만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평가. 주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인 이미례는 초반에는 어리 버리한 모습을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통제되지 않는 인격장애자로 변한다. 이미례라는 인물에 대한 감독의 입장도 애매하다. 인턴이라는 약자의 신분을 가진 여성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봐야할지 살인을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살인자로 경멸해야 할지 관객들도 어리둥절하다.
[새로 입사한 인턴에게도 냉소적인 이미례, 출처:네이버영화]
이것은 캐릭터 설정을 능숙하게 하지 못한 감독의 잘못도 크지만 이미례를 연기한 고아성의 부족함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 [괴물]에서 큰 인상을 남긴 이 배우는 이후 여러 작품에 나왔지만 이전만한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참여한 작품의 흥행을 떠나 배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일차적으로 배우에게 문제가 있다. 고아성 같은 경우에는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마스크로 차별화되는 연기를 무기로 삼고 있는 배우인데 오피스에서는 그런 그녀의 장점이 전혀 발산되지 않았다.
톤과 벨로시티가 어긋난 발성, 싸이코패스를 흉내 낸 어색한 표정, 그저 크게 뜬 눈 등 영화를 보는 내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차라리 영화의 주연이 다른 배우였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하게 된다. 호러, 공포 영화에서 중요한 건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만의 카리스마와 임팩트인데 고아성은 두 가지 모두를 놓치며 영화와 함께 아쉬움을 남기게 하였다.
[혹시 다른 표정은 없나요? 출처:네이버영화]
포스터에서만 주연인 박성웅
영화 예고편과 포스터만 보면 엄청난 활약을 할 것처럼 보이는 박성웅.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저 포스터 주연이었을 뿐이었다. 사건 담당 형사로 나오지만 사건의 해결은커녕 그저 부하를 질책하고 연락만 받다가 과잉대응으로 엄한 피해자만 총살하여 진급한 인물이다. 영화 흥행을 위해 포스터 주연을 시킨 것인지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다른 영화에서 보여준 깊은 인상을 느끼기에는 한없이 부족하였다.
추간근에 힘 팍 주고 미간 주름을 돋보이며 고민하는 듯한 뻔한 표정과 화날 때 호통한번 치는 연기는 너무 자주 보던 모습이라 데자뷰를 느끼게 까지 하였다. 실로 애매한 영화에 어울리는 애매한 연기였다.
[훗날 이 영화를 떠올리며 이불킥을 날리지는 않을까? 출처:네이버영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결말인가?
어이가 없는 안타만 때리던 영화는 결말에서 드디어 홈런을 친다. 과잉대응인 총기 사용으로 엄한 피해자를 죽이고 살인자로 몰아 진급까지 한 박성웅은 병원에 입원한 살인마 이미례와 마지막 대화를 통해 그녀가 범인임을 의심하게 되지만 그냥 돌아가 버린다. 이미례는 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웃으며 싸이코패스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지하철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음... 과연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속이 답답해지며 내가 채용에 떨어진 것 같은 속앓이를 하게 된다. 감독은 분명 조직 생활과 그 안에서의 조직원들의 심리를 바라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실제 남은 것은 부조리한 방법으로 승진한 형사와 자신의 과오를 잊은 채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인격장애자만 있을 뿐이다.
사무실같은 삭막하고 비인간적인 조직이 괴물을 만들어 낸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승진에 목마른 형사를 만나 약자인척 연기를 하면 살인자 혐의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애당초 이런 고민을 피하기 위해서는 스릴러가 아닌 싸이코패스가 등장하는 호러 영화로 생각하고 보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