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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빅 픽처 The Big Picture 타인의 삶으로 살아가는 제2의 인생카테고리 없음 2016. 6. 22. 11:04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빅 픽처
작가 : 더글라스 케네디 (미국)
대표작 : 빅피처, 행복의 추구
- 빅 픽처
- 저자 :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 조동섭역
- 출판 : 밝은세상 2010.06.10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벗어나면 행복해질까?
주인공인 벤은 38세의 남성으로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고정 고객이 있는 잘나가는 법인 변호사이다. 180cm, 80kg 의 이상적인 몸매 유지를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매일 9개의 알약을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는 모습에서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볼 수 있다. 과거 20대에 사진가로서의 이상적인 삶을 꿈꾸었지만 이루지 못하고 여유로운 수입으로 최신 카메라와 주변기기를 모으며 아마추어 사진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아내와의 불화로 지하실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의 아내인 베스는 35세의 여성으로 지인의 결혼식에서 벤을 만나 연애를 하고 의도하지 않는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녀는 정신과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어 보이는데 그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녀의 어머니에게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었으나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그런 이상과 멀어져 결국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베스는 그런 어머니의 복사판이 되기를 거부하며 어린 시절부터 결혼과 가정을 가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녀는 벤이 사진가가 되고 싶었던 것처럼 유명한 작가가 되어 대작 소설을 쓰고 싶은 꿈을 꾸고 있었지만 결국 그녀가 두려워했던 결혼과 육아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겉으로 보면 변호사 남편과 사랑하는 두 아들과 살고있는 미국 상류층의 여성이지만 실제로 그녀의 삶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자신의 꿈이 좌절된 상황, 자신이 두려워한 어머니의 삶을 그대로 답습하여 살고 있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그녀의 내적인 좌절감과 우울증상은 점점 곪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의 중심 사건이 되는 그렉의 죽음도 결국은 우울증과 자기비판에 시달려온 베스로 인해 발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렉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사진가로 겉모습과 행동만으로도 그의 과장된 허영심을 볼 수 있는 남성이다. 정식으로 취직하지도 못하고 여러 곳에 자신의 포트폴리오만 보내고 있는 아마추어도, 프로도 아닌 사진가인 그렉이 베스와 바람이 난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벤이 현재의 삶을 탈출하고 싶어 그렉을 죽이고 그의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는 것이 그만의 현실도피 방법이었다면, 베스는 자신의 남편과 전혀 다른, 그렉을 사랑하고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현실도피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베스의 잘못된 선택과 우발적인 벤의 행동으로 불과 며칠전까지 행복해 보이던 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
벤의 친구는 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 말 잘 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사건의 모든 원인은 베스?
과거 벤과 베스의 결혼생활이 소설에는 소개가 되지 않아서 벤이 베스에게 어떤 잘못을 했길레 베스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그것도 둘, 을 나 몰라라 하고 직업도 없는 남성과 바람을 피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소설에서 벤은 가정적이며 자신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회피하는 베스에게도 화해를 위한 시도를 계속한다. 하지만 베스는 화해의 시작단계인 대화조차 이루어질 수 없게 만들고 극단적으로 그렉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며 이혼까지 치닫게 만든다. 필자라면 두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무직자와의 불안정한 미래보다는 현재의 불편한 안정된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베스의 우울증과 자기비판적인 태도는 이미 벤을 만나기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게 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자연적인 사고 과정으로 편입되면서 그녀에게 내적인 취약점을 만들었다. 그런 취약점은 결국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발화점에 이르러 불붙게 되어 정신과적인 치료 없이는 회복되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특히 베스처럼 병에 대한 인식(insight)이 없는 상태면 치료도 어렵고 효과를 얻기 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만약 베스가 인식을 가지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면 소설은 그냥 둘의 화해로 마무리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베스의 불륜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벤은 그렉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몇 초전까지 한 가정의 가장이자 유능한 변호사의 눈으로 바라보던 세상이 살인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그렉의 삶을 선택한 것은 유일한 선택지였을까?
벤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면 과연 벤을 죽인 뒤 그로 살아갈 결정을 하였을까?
일반적으로 우발적인 살인을 했다면 자신이 범인인 것을 은폐하거나 아니면 자수하여 최대한 현재의 삶을 지키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하며 소설을 진행하게 한다. 만약 그렉이 사진가가 아니었다면 벤은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가 그렉으로 다시 태어난 이유는 그가 동경해왔던 사진가로서의 제 2의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은 아닐까?
소설이라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렉으로 살아가는 사진가로서의 삶이 너무 순탄하게 풀려 현실감이 확 떨어져 후반부에서부터 소설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같이 모든 신분증과 개인정보가 전산으로 등록되는 곳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방법으로 신분을 위조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어이없기도 하다.
‘1Q84’에서 비밀의 원칙에 대해 나오는 문장이 있는데,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벤이 그렉으로 살고자 했다면 당연히 술집을 가거나 직장도 인터넷으로 구하던가 했어야 하는데, 사람들, 더구나 신문사 기자, 그리고 여자도 만나 성욕도 푸는 모습은 그렉을 죽이고 주도면밀하게 사건 현장을 정리했던 벤의 모습과 차이가 컸다. 소설을 마무리 하기 위한 작가의 장치라고 생각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소설의 흡입력과 설득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평범한 사람도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발적 범죄가 많이 보도 되고 있다. 보복운전, 우발적 폭행 등 순간 욱하는 성격을 조절하지 못하고 평범했던 사람이 범죄자가 돼 버리는 것이다. 벤처럼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그 누구라도 범죄가가 될 수 있는 현 시대이다. 인간과계의 위축과 단순한 대화조차도 스마트폰 화면으로 이루어지는 현재,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배울 수 있는 감정과 그 조절능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평소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고 그것을 누군가와 대화해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세상은 이런 우발적 범죄로부터 좀 더 안전해 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