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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달이 만들어낸 또 다른 세상 1Q84카테고리 없음 2016. 6. 30. 14:00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소설 1Q84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 1Q84 세트 (문고판)
- 국내도서
-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양윤옥역
- 출판 : 문학동네 2016.06.01
역시나 특이한 인물들의 간략한 소개
덴고 : 29살, 건장하고 듬직한 체구. 수학학원 강사이자 예비 소설가. 어머니의 존재와 그녀에 대한 기억 없이 아버지와 단 둘이 유녀시절을 보냄. 어릴 때부터 매주 일요일에 수금원인 아버지를 따라 수금하던 기억으로 인해 그에 대한 불만이 크다. 학창시절에 왕따를 당하거나 조용히 지내지 않았어도 주변에 교류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일반적인 연애 경험도 없으며 현재는 섹스 파트너로 10살 연상의 유부녀만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는 상태이다. 수학 강사로 일하지 않는 날은 거의 집에서 독서를 하거나 소설을 쓴다. 신인 공모전 후보작을 검토하던 중 우연치 않게 후카에리의 ‘공기번데기’를 보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오게 된다.
덴고의 아버지 : 평생을 우직하게 살아온 전형적인 가장. 어머니없는 덴고를 홀로 키우지만 아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실제 소설에서도 그가 덴고의 친아버지인가에 대해서는 답을 해주지 않는다. 그는 어렵게 젊은 시절을 보내고 겨우 정착하여 NHK 수금원이 된 이후로는 자신의 직무에 성실히 임하는 사람이었다. 본인의 일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는 따분한 사람으로 아들에게 인식된 아버지이다. 소설의 후반부에 비현실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후카에리 : 종교법인 ‘선구’의 리더, 후카타 다마쓰의 딸. 10살에 죽은 산양 입에서 걸어나와 공기번데기를 만드는 리틀 피플을 보고난 후에 선구를 탈출하여 아버지의 친구 집에서 7년 동안 살고 있는 중. 현재는 17살의 소녀로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외모.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하여 ‘공기번데기’를 씀.
후카다 다모쓰 : 종교법인 ‘선구’의 리더. 처음에는 반 정부 시위의 지도자로 활동하였으나 시위가 종료된 뒤에 따르는 이들을 끌고 귀농하여 그들만의 유토피아 건립을 위해 힘쓰다 리틀 피플에게 선택되어 목소리를 듣는 자가 된다. 7년 동안 베일에 가려진 채 활동하며 등장하자마자 초능력을 한번 보여주고 바로 아오마메에게 죽임을 당한다. 건장한 몸을 가지고 강한 캐릭터처럼 나오지만 발기만 잘되는 만성 CPRS 환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오마메 : 29살,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증인회’ 활동으로 친구들에게 외면당하면서 외롭게 유년시절을 보냄. 덴고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덴고의 손을 잡으면서 그와의 인연이 시작됨. 현재는 스포츠학과를 졸업하고 유명 트레이너로 활동 중이며 노부인을 만나면서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을 조심스럽게 살해하는 킬러가 된다. 우연한 기회에 그녀가 정의한 ‘1Q84년’, 달이 두 개인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고마쓰 : 고약한 성격의 중년 남성,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본인만 생각하는 삶의 태도로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없다. 하지만 작품과 인물에 대한 탁월한 안목으로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는 유명하다. 덴고와 함께 ‘공기번데기’의 리롸이팅 작업을 하여 공모전에 출품할 계획을 제안한 사람.
노부인 : 수완이 좋아 사업을 확장시켜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으며 풍족한 노년을 보내던 중 딸이 사위의 가정폭력으로 자살하는 사건을 계기로 ‘세이프하우스’를 만들며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을 보호해 주기 시작한다. 아오마메의 천부적인 손기술을 경험한 뒤에 그녀가 킬러로 활동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조력자이다.
소설의 제목, 1Q84의 의미.
소설은 아오마메가 기존의 속한 세계인 1984년에서 새로운 세계인 ‘1Q84'년으로 들어가게 되는 장면부터 나온다. 소설은 친절하게 이 부분이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장면이라고 설명해 주지 않는다.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그 부분에서 아오마메가 1Q84년으로 편입된 것을 알 수 있다. 아오마메에게 있어 1Q84의 세계가 다른 점은 우선 경찰의 제복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뒤에 나오는 종교법인 ’선구‘와 그것으로부터 분류된 ’여명‘과의 연결고리를 위해서 설정했을 것이다. 경찰의 제복이 바뀐 것을 눈치 채고 조사해보다가 ’여명‘이라는 단체의 사람들과 경찰의 총격전이 있고 난 뒤부터 경찰제복과 총이 바뀐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장치를 통해 아오마메와 ’선구‘사이에 자연스럽게 연결고리가 생기게 된다. 또한 달이 두 개인 것을 알게 된다. 소설에서 달은 크고 밝은 달과 그것보다 약간 작고 초록색의 달이 나오는데 이것은 1Q84년의 세계임을 알려주는 동시에 큰 달은 ’마더‘, 작은 달은 ’도터‘임을 동시에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덴고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것도 두 개의 달이다.
이처럼 기존의 현실과 비슷하지만 조금씩 뒤틀려 버린 것들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되는 세상을 1984가 아닌 1Q(question)84라고 명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1Q84'는 존재하는가?
소설에서 두 개의 달을 보게 되는 인물들은 많지 않다. 덴고와 후카에리, 우시카와 정도이다. 후카에리는 리틀 피플의 존재에 대해 가장 먼저 알게된 인물로 그녀는 이미 10살부터 ‘1Q84’의 세상에 들어왔을 것이다. 덴고는 후카에리를 만나고 ‘공기번데기’를 쓰면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오게 되며 아버지의 요양원을 방문하러 떠났을 때 확실히 느끼게 된다. 우시카와는 아오마메를 추적하던 중에 후카에리와 눈이 마주치며 ‘1Q84'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다.
모든 인물들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1Q84’년의 세계는 결국 덴고와 아오마메의 만남을 이루어지는 시공간이기 때문이다. 종교법인 ‘선구’가 아주 비밀스럽고 강력한 단체처럼 나오지만 실제 소설에서는 별 하는 일 없이 당하기만 하는 조직이며, 그것을 움직이는 리틀 피플도 ‘호우호우’만 외쳐대는 난쟁이들로 정해진 주거공간없이 전전긍긍하며 죽은 이의 입에서 살고 있는 불쌍한 생물체일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장치들은 결국 덴고와 아오마메가 (1984년의 세계에서는 서로를 추억에서나 그리워 할뿐 만나지 못하지만) 20년 이상 떨어져 살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과정을 가능한 자연스럽고 몽환적이게 하기 위한 것들일 뿐이다.
덴고와 아오마메는 왜 ‘1984’가 아닌 ‘1Q84’에서 만나야 했는가?
소설의 줄거리를 정말 간략히 말하자면, ‘열 살에 잠깐 손잡은 인연이 있던 남녀가 20년간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달을 보고 만나서 호텔로 가 관계를 가진다.’ 로 줄일 수 있겠다. 그 중간에 덴고는 ‘공기번데기’를 편작하여 출판하는 불법사업에 관여하며, 싫어하던 아버지를 여위고, 17세 소녀를 만나 정액을 쏟아 붓는 기이한 경험도 하게 된다. 그에 못지 않게 아오마메는 고등학교 때의 절친을 자살로 잃고 새로 사귄 변태적 성향의 여경찰 친구도 사고로 잃게 된다. 노부인을 만나 특수 킬러로 활동하다가 리더를 살해하는 현장에서 누구의 애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아마 이런 특이한 두 사람이 만남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1984’년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에 작가는 리틀 피플과 공기번데기, 달이 두 개인 새로운 세상 '1Q84'의 시공간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작가가 소설을 쓴 시기는 2000년대로 이미 핸드폰과 인터넷이 발달해 초등학교 동창 찾아내는 것쯤은 일도 아닌 시대이다. ‘덴고가 페이스북을 타고 타고 그녀를 찾아내어 쪽지를 보내 만나게 되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3권 분량의 장편 소설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아직 아날로그로 충만한, 디지털이 도래하기 전인 1984년대의 시간적 배경과 작가가 좋아하는 비현실적 몽환의 공간적 배경을 설정하여 둘 의 만남을 꿈같은 이야기로 풀어놀 수 있게 되었다.
후카에리와 리틀 피플
후카에리는 소설 중반부까지 굉장히 중요한 인물로 나온다. 매력적인 외모와 기이한 행동과 말투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녀는 리틀 피플을 직접 경험하고 공기 번데기를 만들 때 말고는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마치 그녀는 덴고와 아오마메를 연결시키기 위한 통로같은 느낌이다. 리더가 아오마메에 의해 살해당하던 밤, 후카에리는 덴고와 동침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때 후카에리의 몸 속으로 덴고가 들어가게 되는데 후에 임신은 아오마메가 한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후카에리의 몸이 통로의 역할을 해서 사정한 정액은 아오마메의 자궁안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녀가 실체인지 도터인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답을 주지 않았으며 후카에리는 후반부에 갑자기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영영 알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녀가 만약 실체였다면 임신이 가능한 여성이었을 것이고 육체적인 관계 없이 아오마메가 임신이 되는 일따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7살의 소녀가 연상의 남자와 동침을 하고 관계를 갖는 경험이 일반적으로 많을 수 없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이 기이한 소녀의 그 날 밤 행동은 너무나 능숙하게 남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유부녀와의 주기적인 섹스를 통해 고도로 단련된 덴고마저도 일생일대의 사정을 하게 만들 정도로 스킬풀한 모습은 평범하게 살아온 17살의 소녀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그녀가 도터라면, 10살 때부터 시작된 무녀의 행위로 그 정도 경지에 올라갔을 수 있다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녀는 뽕을 하고 관계를 맺지도 않았음에도 전혀 전날 밤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하는 장면도 그녀가 도터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장면이다.
후카에리와 리틀 피플을 따로 때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그녀와 리틀 피플로 인해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설에 비중있게 안 나와서 그런지, 리틀 피플이 선인지 악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실제로 그들이 ‘선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리더에게 어떤 목소리를 전하는지,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인지, 그냥 집단적 히스테리로 발생되는 최면 효과인지 알 수 가 없다. 그들이 하는 일은 ‘공기번데기’를 만드는 것 뿐이다. 공기번데기 안에서 만들어진 도터들이 하는 일도 리더의 단단해진 성기를 이용해 질단련을 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역할이 나오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괜히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리틀 피플과 무녀들 때문에 오히려 소설의 중심점이 어긋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굳이 이런 장치를 사용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덴고의 수학과 문학
덴고에게 수많은 직업으로 수학강사와 소설가를 설정한 것은 덴고에게 있어 두 가지가 가지는 의미가 다르고 그 의미가 바로 ‘1Q84'와도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덴고는 어릴 때부터 수학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본인도 수학을 가장 좋아했다. 수학에는 항상 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답이 나오는 확실성이 보장되는 세계, 하지만 무미건조함이 느껴질 때도 있는 그런 세계이다. 이는 마치 현재를 살고 있는 특별할 것 없는 기존의 ’1984‘를 의미한다.
반면에 문학은 수학처럼 정해진 길이 있고 답이 있는 것이 아닌,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계이다. 수학과 정반대인 성격을 가지지만 수학에서 얻을 수 없는 즐거움과 매력을 문학에서 느끼고 있다. 이것은 기존의 상식으로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기이한 세계인 ‘1Q84’의 세계와 비슷할 것이다. 덴고가 수학을 잘하는 이과적인 성향의 머리를 타고 났음에도 계속하여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것은 문학과 같은 '1Q84'의 세계에서 아오마메를 만나기 위한 무의식이 작용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판타지 스릴러에서 몽환적 로맨스로.
3권의 중반부, 리더가 살해당하고 아오마메가 추적당하기 까지 소설은 비현실적, 판타지 스릴러에서 덴고와 아오마메가 만나며 갑자기 몽환적 로맨스로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어찌보면 둘의 만남을 위해 풀어놓은 인물들과 장치들을 빨리 정리하고 소설을 마무리하기 위한 작가의 처절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르는 결말이었다. 후카에리는 사라지고, 아오마메를 따라붙은 치밀한 우시카와는 갑자기 살해당하고, 정치계와 사법계에도 연줄이 있을 거라던 강력한 선구는 갑자기 무력해지고, 그러다가 두 개의 달이 보이는 미끄럼틀 위라는 로맨틱한 장소에서 남녀가 손을 잡고 달콤한 말들을 속삭이는 그저 그런 로맨스로 마무리 되었다.
따라서 총 3권이나 되는 이 장편소설의 장르를 스릴러라 해야 할지, 로맨스라 해야 할지, 1,2권은 스릴러이고 3권은 로맨스라고 해야 할지 애매해졌다. 이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었던 이들에게는 그냥 “하루키의 장편소설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이 쉽고 편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