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와 킥보드
봄의 경계를 어슬렁거리는 2월말.
코로나로 인해 인파가 붐비는 장소를 가기 어려워 집 앞에서 산책이나 할겸 우우브로와 외출하였다.
아침 햇살이 고개를 드는 시간, 아이들과 정신없이 뛰어 놀다보니 내복이 땀에 젖기 시작했다.
불혹을 앞둔 나이라 숨도 차오르고 잠깐의 휴식을 위해 꺼낸 킥보드.
아들들아~ 킥보드 좀 타고 있거라!
평지를 달리던 아들들은 금방 싫증이 났는지 좀 더 스릴이 넘치는 구간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엄마를 닮아서...
자주 다니던 길이 아니라 있는지도 몰랐던 경사진 길을 찾아낸 아이들. 오... 경사가 생각보다 심하다.
'다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불안한 마음과 '그래 나는 좀 쉴게' 하는 안일한 마음이 교차하는 사이,
이미 아이들은 고속 주행으로 그 길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음~ 생각보다 잘 타는데?
몇번을 지켜보다가 안심하고 다시 자리에 앉으려 할때... 작은 아들이 우당탕하며 넘어지고 말았다.
본인의 과오로 넘어진것을 아는지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직업병인지 얼른 가서 수상 부위를 관찰하고 기본적인 신체진찰을 시행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만약 다쳤다면 그날 저녁 아내에게 내 마음이 다쳤겠지...
문득 걸음마를 처음 시작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거실장 모서리를 잡고 조금씩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던 아들이 어느날은 그냥 걷더니 며칠뒤는 아예 걷게 되었다.
기어다니면서 보던 낮은 높이의 세상과 서서 바라보는 더 높은 세상이 다른지 아들은 호기심이 더욱 왕성해졌다.
이곳 저곳 집안 곳곳을 다니며 넘어지고 부딪히고 울기도 많이 했지만, 그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킥보드를 타지도 못했겠지.
도전은 두렵고, 과정은 쓰라리고, 심신은 고달프지만,
인류는 이를 통해 항상 성장해왔다.
킥보드를 타는 너희를 보며 아빠는 오늘도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